[허정갑의 예배탐방8]송구영신예배

허정갑목사 (콜롬비아 신학대학원 예배학교수 및 한미목회연구소KAM Director)의 예배탐방보고서

한국교회의 1년 중 가족이 함께하며 가장 거룩하고도 의미 있는 시간은 송구영신예배일 것이다. 연말과 연시를 교회의 온 식구가 함께 한다는 것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요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문화종교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는지 연구 조사하여보면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의 정서로서는 새벽예배 즉 첫날 새 아침 이른 시간에 가장 귀하게 모은 정성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모습에 있는데 이 날 만큼은 새벽시간이 아닌 희랍문화권의 크로노스 즉 자정시간, 칼렌더의 날짜가 넘어가는 시간을 카운트 다운함을 보게 된다.

세상문화의 New Year’s Eve는 샴페인을 터트리는 파티의 시공간이지만 소수의 교회는 이를 거부하며 새로운 해를 포함하여 모든 주권은 하나님께 달려있음을 고백하는 시간을 지키었다. 깨어 기도하는 모습을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세계교회는 오히려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세속적인 시간이기에 오히려 상관하지 않고 방치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오늘 둘루스에 위치한 연합장로교회의 송구영신예배를 드리기 위해 집에서 오고 가는 고속도로 위에 수많은 경찰차들이 과속위반과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하여 진을 치고 있음을 보지 않았는가? 세상의 달력에 민감하기 보다는 하나님의 달력, 즉 교회력에 민감히 반응하는 신앙인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가?

오늘은 2009년 새해 첫날이지만 성탄절 8번째 날이다. 바로 지난 주 같은 시간대에 디케이터 미국장로교회에서 드린 성탄전야예배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꼭 1주일 만에 우리에게 가까이 오신 예수님은 잊어버리고 세상 달력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우리에게 하루의 성탄일이 아니라 성탄절로서 하루예배 드리고 잊어버리는 날이 아니라 적어도 12일간을 예배하며 기뻐하는 절기가 될 수 없을까? 유대인들도 새해를 기념하는 날인 Rosh Hashana와 속죄의 날인 Yum Kippur의 사이에 10일간의 절기를 두고 계속 모이며 문화종교적인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하기에 송구 영신예배의 근원을 조사하면서 확인한 한인교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귀중한 시간임을 확인하면서 아쉽게도 우리를 해방시켜 주신 아기예수의 존재는 까마득히 잊고 우리만의 잔치를 벌이는 것이 아닌지 반성하여 본다.

송구영신예배의 모체인 Watch Night예배의 근원은 1733년 모라비안의 창시자 진젠도프 백작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리교의 창시자 웨슬리가 받아들여 매달 보름달이 뜨는 날 밤에 드리며 언약을 갱신하는 시간을 가지었다. 그러나 감리교회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미국 백인교회들은 이 전통을 지키지 않는다. 오직 이 날에 미국의 흑인교회들이 열심히 모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링컨 대통령이 약속한 1863년 1월 1일 노예해방이 시효 되기를 온 가족이 모여서 기다리며 드리던 예배에 있다고 한다. 사실 이들은 1863년 이전부터 Watch Night예배로 온 가족이 모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노예 장사꾼들이 사고 판 인간노예의 시효가 1월 1일을 기점으로 하였기에 그 다음날이면 울며 헤어질 수밖에 없는 흑인들은 전 날 밤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며 언제 다시 볼 수 없는 기약들을 서로 하는 날이었다.

우리의 예배는 삼위일체 하나님께 드린다. 우리를 구원하여 주신 구속사와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에 응답하는 감사의 두 축으로 예배신학은 진행되는데 새해 첫날 드리는 송구영신 예배의 기도와 찬양이 구원과 창조의 기쁨과 감사를 한국문화와 역사의 현장에서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오늘 모처럼 대학교 방학으로 돌아온 아들과 함께 5식구가 참석한 연합교회의 예배는 사회자 없는 열린음악회 식으로 진행된 축제와 기쁨의 시간이었다. 잘 준비된 순서와 함께하고자 하는 열정은 천여 명을 가득 채운 성전에 뜨거운 열기와 감동의 시간이었다. 이미 예배시작 10분전에 모든 자리가 가득 차 안내위원의 특별한 배려로 접는 의자를 갖고 무대 바로 밑 빈 공간에 자리하여 찬양팀의 발 스텝을 보면서 드린 오늘의 예배는 2009년을 시작하는 새로운 다짐과 감사의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보통 주일예배가 아닌 다양한 참여자가 함께 모여 드린 예배인 만큼 다양한 소리의 연출과 축제의 잔치 자리였다. 이 특별한 예배를 준비한 모든 손길과 마음에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전함은 더욱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이민교회의 송구영신예배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하여 다음의 두 가지 예배 신학적 제안을 드리며 이 글을 마치고 싶다.

하나는 성탄절과 주현절의 사이에 있는 정월 초하루의 시간이 교회력의 절기 속에서 지켜질 수는 없는가? 성탄절 후 길거리에 내다 버린 크리스마스 추리의 모습과 같이 잊혀진 예수님의 모습은 아닌가? 다름아닌 우리에게 다가오신 아기예수를 조금 더 길게 모시는 예배의 모습을 바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 좋은 시간에 가장 좋은 성만찬이 함께 한다면 어떠할까? 물론 많은 인원수의 비좁은 장소, 그리고 시간적 제한이 있음을 알고 있다. 예배 후 준비된 떡국잔치와 연계하여 하늘나라의 친교, 즉 코이노니아가 이루어지는 주님의 식탁으로의 초대를 그려본다. 이는 모두가 함께 하나님의 구원과 창조를 고백하며 감사하는 긴밀한 신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조용히 기다리는 기다림의 소리가 하나님 나라의 임하심을 찬양하는 축제의 잔치소리와 함께 교창(antiphonal)하는 축복의 모습이 펼쳐질 것이다.

복된 한해가 되시길 바라며

참고 인터넷 기사:

http://www.wsbrec.org/blackfacts/WatchNight.htm (미국 흑인교회의 송구영신예배)

http://www.wsbrec.org/blackfacts/WatchNight.htm (미국장로교의 송구영신예배 기사)

http://www.snopes.com/holidays/newyears/watchnight.asp (연합감리교회 송구영신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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